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열차는 어둠을 헤치고>
3.24 지하철 출근길 선전전 청년기후긴급행동 연대 발언문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하는 김현지입니다.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지구 생태계를 착취해 온 국가와 기업에 맞서서 아래로부터의 생태적 전환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기후운동 단체입니다. 50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시대의 최우선 의제로 만들고, 다양한 주체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곳 시청역에서는 혐오와 차별, 갈라치기의 방송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전장연이 시위를 하기 때문에 혼잡하답니다. 정차한답니다. 열차를 멈추는 건 교통공사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출근 지연이 아니라, 이 사회의 탑승 거부입니다.
비장애인인 저에게 지하철은 저는 아침마다 꽉꽉 찬 인파로 서울을 향하는 사람들의 규모를 감각하는 공간입니다. 저는 학교를 가기 위해 마포와 구로 사이의 15키로의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요, 지하철은 저의 등교길을 1시간이라는 시간으로 감각하고 연결합니다. 서울에서는 어디든 1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지하철과 버스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지하철로 이태원역을 지날 때마다,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날 지하철로 그 곳을 지나며, 등에 소름이 돋을 만큼 빽빽하게 가득 찬 사람들 사이에서 숨을 골랐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지하철은 그런 공간입니다. 그렇게 비장애인에게 지하철은 시민의 공간입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다른 타인들을 보고, 배우고, 익숙해집니다.
그러나 지금의 지하철은 반쪽짜리 시민의 공간입니다. 어떻게 경찰이, 정부가, 국가가 함부로 지하철에 탈지 말지를 결정합니까. 지금 지하철은 모든 시민을 만날 수 없는 공간입니다. 비장애인만을 시민으로 인정하는 차별의 공간입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구호로 외치는 대안을 삶 속에서 구현하고자 합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생태적 존재이자 정치적 존재로서 살아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2021년 2월에 생태학살-기후악당 기업 두산 앞을 찾아가 녹색 스프레이를 뿌렸습니다. 앞에선 친환경을, 뒤에선 해외에 석탄발전소를 수출하는 두산이 그린워싱이라고, 환경을 기만하는 분칠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로부터 재판으로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두산 앞의 장소를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의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생태학살의 현장을 드러내고 말하며 연결하는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드러내고 같이 살자는 요청이었습니다.
전장연이 20년 넘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자 시도해온 시간은 같이 살자는 요청입니다. 같이 살기는 어느 한 순간에 오지 않습니다. 각기 다른 몸들이 부대끼며 살아갈 때, 그게 일상이 되고 당연해질 때 우리는 우리 사이에 어떤 혐오나 갈라치기도 두지 않고 대화할 수 있습니다. 같이 살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작년 이 맘때 혜화역 지하철 투쟁에 함께 한 날, 써둔 메모장에는 이렇게 써있습니다. “누구보다 지하철 투쟁을 끝내고 싶은 건 투쟁 당사자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투쟁이라지만, 이곳이 장애인 시민에게도 삶의 공간, 일상의 공간이 될 수 있다면 단지 투쟁만의 공간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하철에서 시민을 둘로 나누는, 출근하는 시민과 지하철을 탈 수 없는 시민으로 나누는 것은 경찰이고 권력이고 국가입니다. 이 선 없이 일상에서 당연하게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는 전장연의 투쟁 덕분에 이 사회의 시간이 비장애 중심으로 굴려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몸들을 몸으로 인정해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전장연의 요구는 최소한의 권리 요구입니다. 모든 시민들은,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이 있는 정치는 이제 응답해야 합니다.
지하철이 모두의 삶의 공간이 될 때까지, 모두의 생이 존엄하게 살아갈 세상이 될 때까지 청년기후긴급행동도 함께 하겠습니다.
이윤보다 생명을! 투쟁!
청년기후긴급행동 지미.현지
2023. 3. 2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열차는 어둠을 헤치고>
3.24 지하철 출근길 선전전 청년기후긴급행동 연대 발언문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하는 김현지입니다.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지구 생태계를 착취해 온 국가와 기업에 맞서서 아래로부터의 생태적 전환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기후운동 단체입니다. 50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시대의 최우선 의제로 만들고, 다양한 주체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곳 시청역에서는 혐오와 차별, 갈라치기의 방송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전장연이 시위를 하기 때문에 혼잡하답니다. 정차한답니다. 열차를 멈추는 건 교통공사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출근 지연이 아니라, 이 사회의 탑승 거부입니다.
비장애인인 저에게 지하철은 저는 아침마다 꽉꽉 찬 인파로 서울을 향하는 사람들의 규모를 감각하는 공간입니다. 저는 학교를 가기 위해 마포와 구로 사이의 15키로의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요, 지하철은 저의 등교길을 1시간이라는 시간으로 감각하고 연결합니다. 서울에서는 어디든 1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지하철과 버스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지하철로 이태원역을 지날 때마다,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날 지하철로 그 곳을 지나며, 등에 소름이 돋을 만큼 빽빽하게 가득 찬 사람들 사이에서 숨을 골랐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지하철은 그런 공간입니다. 그렇게 비장애인에게 지하철은 시민의 공간입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다른 타인들을 보고, 배우고, 익숙해집니다.
그러나 지금의 지하철은 반쪽짜리 시민의 공간입니다. 어떻게 경찰이, 정부가, 국가가 함부로 지하철에 탈지 말지를 결정합니까. 지금 지하철은 모든 시민을 만날 수 없는 공간입니다. 비장애인만을 시민으로 인정하는 차별의 공간입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구호로 외치는 대안을 삶 속에서 구현하고자 합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생태적 존재이자 정치적 존재로서 살아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2021년 2월에 생태학살-기후악당 기업 두산 앞을 찾아가 녹색 스프레이를 뿌렸습니다. 앞에선 친환경을, 뒤에선 해외에 석탄발전소를 수출하는 두산이 그린워싱이라고, 환경을 기만하는 분칠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로부터 재판으로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두산 앞의 장소를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의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생태학살의 현장을 드러내고 말하며 연결하는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드러내고 같이 살자는 요청이었습니다.
전장연이 20년 넘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자 시도해온 시간은 같이 살자는 요청입니다. 같이 살기는 어느 한 순간에 오지 않습니다. 각기 다른 몸들이 부대끼며 살아갈 때, 그게 일상이 되고 당연해질 때 우리는 우리 사이에 어떤 혐오나 갈라치기도 두지 않고 대화할 수 있습니다. 같이 살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작년 이 맘때 혜화역 지하철 투쟁에 함께 한 날, 써둔 메모장에는 이렇게 써있습니다. “누구보다 지하철 투쟁을 끝내고 싶은 건 투쟁 당사자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투쟁이라지만, 이곳이 장애인 시민에게도 삶의 공간, 일상의 공간이 될 수 있다면 단지 투쟁만의 공간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하철에서 시민을 둘로 나누는, 출근하는 시민과 지하철을 탈 수 없는 시민으로 나누는 것은 경찰이고 권력이고 국가입니다. 이 선 없이 일상에서 당연하게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는 전장연의 투쟁 덕분에 이 사회의 시간이 비장애 중심으로 굴려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몸들을 몸으로 인정해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전장연의 요구는 최소한의 권리 요구입니다. 모든 시민들은,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이 있는 정치는 이제 응답해야 합니다.
지하철이 모두의 삶의 공간이 될 때까지, 모두의 생이 존엄하게 살아갈 세상이 될 때까지 청년기후긴급행동도 함께 하겠습니다.
이윤보다 생명을! 투쟁!
청년기후긴급행동 지미.현지
2023.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