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9.24 기후정의행진 청년기후긴급행동 민선 발언문 (2022.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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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 기후정의행진 청년기후긴급행동 민선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김민선입니다. 발언에 앞서 기후생태위기에 휩쓸려 세상을 떠난 수많은 이들을 애도합니다.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제 앞에 계신 모든 분들의 안위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저는 약한 자부터 쓸어가는 기후생태위기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넘어 우리가 함께 정의를 그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3년 전, 공장식 축산업의 현실을 목도하고 생태학살의 거대한 폭력과 착취를 처음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염병에 걸려 돈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생매장되었던 수천만명의 소, 돼지, 닭들, 그리고 그들의 죽음으로 새빨갛게 물들은 임진강을 기억하시나요. 정의를 짓밟고 생명을 이익, 자본, 성장으로 맞바꾸었던 권력의 잔인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석탄발전소, 가뭄과 산불, 전쟁 등 끊이지 않는 위기 앞에 제 자신은 작게만 느껴지고, 이 모든 생태학살을 자행해온 무책임한 정치 권력과 기만적인 기업, 그리고 이들의 권력과 자본을 지탱하는 법 체계는 점점 더 선명해집니다. 하지만 우리 하나하나의 존재는 작더라도, 우리의 저항행동을 공굴려 더 큰 움직임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희망을 가지고 청년기후긴급행동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021년 두산중공업, 현 두산에너빌리티의 그린워싱을 비판하며 직접행동을 벌였고, 이는 베트남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업과 정부를 향해 탄소배출과 생태학살의 책임을 물었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민형사 소송과 벌금이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소송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시민들의 기후행동에 대한 정당성이 인정되는 이 때에도, 대한민국 재판부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공익에 헌신한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활동은 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요. 그들이 말하는 법질서는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기업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범죄를 묵인하는 기만적인 법일뿐, 이 지구와 생명들을 보호하는 생태법은 부재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크고 근본적인 전환을 상상하고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기후악당 기업에 개별적으로 대항하는 것을 넘어서, 기업의 착취를 막아낼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 생명들, 그리고 이 모든 생태그물망을 파괴하는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형법으로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기후악당 기업들을 기후파괴와 생태학살의 피고로 법정에 세웁시다. 생태적 전환을 요구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정치적으로 응집하여 녹색성장 따위의 헛된 말을 몰아내고, 진정 생명과 공존을 위한 기후정의 로드맵을 그려냅시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약한 존재들이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울부짖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어떤 때에는 여성의 안전을, 어떤 때에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어떤 때에는 모든 동물의 해방을 외쳤습니다.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을 마주하는 매 순간, 살아남은 저의 존재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다른 이의 아픔을 무겁게 감내하며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끌어안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연대를 와해시키려는 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항상 기후정의를 애타게 바라면서도 기후정의라는 단어가 뜬구름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지 서로의 안위와 평온을 기원하는 우리가 바로 기후정의의 증거라고. 우리 연약하지만 깨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모이고 용감하게 사랑하며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