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8.11 폭우 재난참사 이수역 긴급행동 입장문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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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1 폭우 재난참사 이수역 긴급행동 입장문

<기후재난의 절망과 슬픔을 넘어 서로의 손을 잡는다면>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주 닥친 재난으로 주변에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놀라거나 불안한 마음은 잘 추스리고 계신가요.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는 사실이 아직도 잘 믿기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을 맞닥뜨렸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셨을 겁니다. 대로변에 침수된 채 떠다니는 버스들, 지하철 계단을 타고 폭포수처럼 흐르는 빗물 등 SNS에 올라오는 실제 상황 사진들을 보고도 영화 속 한 장면 아닌가 싶었고요. 그토록 평온했던 우리의 일상이 마비되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의 일이었습니다. 

 

  이번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거나 실종되었습니다. 가로수를 정리하던 노동자가, 반지하에 사는 발달장애인 언니와 초등학생 딸이 있던 일가족이, 반려동물을 구하려던 청년이 죽었습니다. 기후재난은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지변입니다. 사실 기후위기에 대한 수 많은 경고와 예측은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생명들이 재난 앞에서 존엄을 잃어갈 때, 책임과 권한 있는 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을 막지 못했고, 지킬 수 있었던 생명들을 잃었습니다.


  8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이제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가 됐다. 이번 폭우와 같은 이상 기후가 일상이 될 수 있기에 국가 재난 대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과도한 개발·토건 사업들을 추진시키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원상복구와 일상의 복귀’만을 얘기할 뿐, 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누구인지, 왜 사망했는지, 힘 없고 가난한 이들이 더 취약한 이 불평등한 재난의 현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는 책임과 권한이 있는 이들에게 그들의 몫을 다 하라고 촉구할 집단적 의무가 있습니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상실과 고통은 개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외칩니다. 정치가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최전선에서 방파제가 되어야만 한다고요. 재난 앞에서 우리가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쏟아지는 비가 잦아들기를 기도하며 장화를 챙겨 신고, 내가 탄 버스와 지하철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출퇴근길에 나서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늦은 저녁까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재난 앞에 여실히 드러난 불편한 진실들을 그대로 마주해요. 죄책감과 무력감은 내려놓고, 한 순간에 모든 것들을 잃은 이들의 곁에서 함께해요. 이것이 오늘 우리가 거리에 나서 함께 비를 맞고자 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눈엣가시처럼 굴면서, 정치인들이 진지한 태도로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를 대할 때까지 끈질기게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의 슬픔이 슬픔만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느끼는 절망과 두려움을 원동력으로 함께 연대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맞섭시다.


청년기후긴급행동

2022.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