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의 보복 소송에도 우리의 기후운동은 계속된다
─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를 열며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뜨거운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021년 2월 18일, 이곳 분당 두산타워 앞에서 실시한 비폭력 직접행동을 계기로 두 건의 재판을 치르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은 4개월에 걸쳐 다섯 번의 공판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판사는 ‘피고인들이 공익에 헌신한다고는 하지만, 그 활동은 어디까지나 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공소 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항소를 제기했고, 현재 다음 공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23일, 두산중공업이 청년기후긴급행동에 1,84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두산 로고에 녹색 스프레이를 칠하는 직접행동을 벌이기 전부터, 저희는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과 기관들을 대상으로 질의서를 작성해 메일을 보내고, 직접 전화도 걸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성가신 극성 민원인으로만 여길 뿐, 거들떠보지조차 않았습니다.
아시아는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대륙인 동시에, 석탄 산업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대륙입니다. 그린뉴딜,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2020년의 한국 정부는 기후위기를 인식했음에도 수출경제 진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수출 사업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아시아 각지에 생태학살과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결국 2021년 2월, 새로 지었다는 두산타워 소식을 듣고 찾아와 그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직접행동으로 몸소 보여주자, 그제야 기업은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렸습니다. 두산중공업은 우리의 직접행동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이미지 실추를 금액으로 환산해 우리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그 값이 바로 1,840만 원입니다. 이제 우리는 피고로서, 원고 두산중공업에 대항하는 법적 실체가 되었습니다. 비폭력 직접행동은 거대한 권력 앞에 저항하는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현행법은 회사 앞에 설치된 조형물과 같은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데에는 효과적일지는 몰라도, 우리 모두의 터전인 지구 생태계를 보살피는 데에는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초월하는 대기업의 영리활동이 생태계, 지역사회, 기후위기에 미치는 피해를 목격한 우리들의 분노는 정녕 어디로 향했어야 정당했을까요? 우리는 기업이 착취적으로 돈을 버는 자본주의 국가의 국민이기 이전에, 물과 공기와 땅,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과 연결된 지구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법이 법률가들만 읽을 수 있거나 경전에 쓰인 고정 불변한 진리 체계가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규율하는 법질서 또한 지구 자연의 생태적 질서에 부합하기를 원합니다.
반면, 기업은 스스로 인류의 발전과 국가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지키겠다며 위기의 해결사를 자처합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의 에너지 기술로 인류의 삶을 더 윤택하게, 지구는 더욱 청정하게 만들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따라 두산의 미래 지향성을 드러내겠다’며 ‘두산에너빌리티’로 회사명을 변경하려고 합니다.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 매우 능합니다.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는 그린뉴딜 풍력발전 수혜기업으로,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는 원전 SMR 수혜기업으로 등극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두산중공업입니다. 우리는 생명을 착취하고 기후위기를 온전히 직면하지 않으려는 권력자들의 무기를 빼앗아야 합니다. 그 전략은 우리가 평범한 사람들의 조직된 힘을 깨닫고 경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우리 사회 깊이 뿌리내린, 사유재산을 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기고 기업의 영리 활동에 무한한 자유를 부여하는 우리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도전할 때입니다.
우리는 이상주의자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역사는 이상주의자들이 도전하고 좌절하는 만큼 발전합니다. 우리는 불의한 사회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자 기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이상은 역사의 방향에 자국을 낼 수 없는 상상에 불과합니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되는 세상을 바라기만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는 법과 상식을 되찾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믿는 것을 위해 일어날 수 있는, 우리가 잘못됐다고 믿는 것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그런 용기 말입니다. 희망은 행동하는 자들의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느낄 열정과 동지애, 유대감과 해방감이 앞으로도 우리 기후운동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 삶은 훨씬 더 의미 있고, 훨씬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그럼,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를 시작합니다.
2022. 3. 26.
청년기후긴급행동
두산중공업의 보복 소송에도 우리의 기후운동은 계속된다
─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를 열며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뜨거운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021년 2월 18일, 이곳 분당 두산타워 앞에서 실시한 비폭력 직접행동을 계기로 두 건의 재판을 치르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은 4개월에 걸쳐 다섯 번의 공판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판사는 ‘피고인들이 공익에 헌신한다고는 하지만, 그 활동은 어디까지나 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공소 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항소를 제기했고, 현재 다음 공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23일, 두산중공업이 청년기후긴급행동에 1,84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두산 로고에 녹색 스프레이를 칠하는 직접행동을 벌이기 전부터, 저희는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과 기관들을 대상으로 질의서를 작성해 메일을 보내고, 직접 전화도 걸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성가신 극성 민원인으로만 여길 뿐, 거들떠보지조차 않았습니다.
아시아는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대륙인 동시에, 석탄 산업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대륙입니다. 그린뉴딜,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2020년의 한국 정부는 기후위기를 인식했음에도 수출경제 진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수출 사업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아시아 각지에 생태학살과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결국 2021년 2월, 새로 지었다는 두산타워 소식을 듣고 찾아와 그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직접행동으로 몸소 보여주자, 그제야 기업은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렸습니다. 두산중공업은 우리의 직접행동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이미지 실추를 금액으로 환산해 우리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그 값이 바로 1,840만 원입니다. 이제 우리는 피고로서, 원고 두산중공업에 대항하는 법적 실체가 되었습니다. 비폭력 직접행동은 거대한 권력 앞에 저항하는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현행법은 회사 앞에 설치된 조형물과 같은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데에는 효과적일지는 몰라도, 우리 모두의 터전인 지구 생태계를 보살피는 데에는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초월하는 대기업의 영리활동이 생태계, 지역사회, 기후위기에 미치는 피해를 목격한 우리들의 분노는 정녕 어디로 향했어야 정당했을까요? 우리는 기업이 착취적으로 돈을 버는 자본주의 국가의 국민이기 이전에, 물과 공기와 땅,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과 연결된 지구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법이 법률가들만 읽을 수 있거나 경전에 쓰인 고정 불변한 진리 체계가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규율하는 법질서 또한 지구 자연의 생태적 질서에 부합하기를 원합니다.
반면, 기업은 스스로 인류의 발전과 국가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지키겠다며 위기의 해결사를 자처합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의 에너지 기술로 인류의 삶을 더 윤택하게, 지구는 더욱 청정하게 만들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따라 두산의 미래 지향성을 드러내겠다’며 ‘두산에너빌리티’로 회사명을 변경하려고 합니다.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 매우 능합니다.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는 그린뉴딜 풍력발전 수혜기업으로,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는 원전 SMR 수혜기업으로 등극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두산중공업입니다. 우리는 생명을 착취하고 기후위기를 온전히 직면하지 않으려는 권력자들의 무기를 빼앗아야 합니다. 그 전략은 우리가 평범한 사람들의 조직된 힘을 깨닫고 경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우리 사회 깊이 뿌리내린, 사유재산을 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기고 기업의 영리 활동에 무한한 자유를 부여하는 우리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도전할 때입니다.
우리는 이상주의자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역사는 이상주의자들이 도전하고 좌절하는 만큼 발전합니다. 우리는 불의한 사회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자 기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이상은 역사의 방향에 자국을 낼 수 없는 상상에 불과합니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되는 세상을 바라기만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는 법과 상식을 되찾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믿는 것을 위해 일어날 수 있는, 우리가 잘못됐다고 믿는 것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그런 용기 말입니다. 희망은 행동하는 자들의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느낄 열정과 동지애, 유대감과 해방감이 앞으로도 우리 기후운동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 삶은 훨씬 더 의미 있고, 훨씬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그럼,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를 시작합니다.
2022. 3. 26.
청년기후긴급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