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연대] 성미선님의 청년기후긴급행동 형사재판 연대 탄원서 (2022.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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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


탄원인: 성미선

피탄원인: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이은호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녹색당의 전 공동운영위원장이며 현재는 녹색당에서 농업 먹거리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의 역할을 맡은 성미선이라고 합니다. 농업, 먹거리 부분에서 오랫동안 시민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고 2017년부터는 지구온난화라는 현상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전까지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막연히 지구의 대기가 뜨거운 열을 지구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여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이 현상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지 못했던 거지요. 그러다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생태주의 사상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린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읽으며 지구온난화가 아닌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2018년부터 기후 위기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하면서 저는 많이 마음이 조급했고 사람들이 이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매우 낙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김공룡과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는 현장마다 나타나는 공룡 인형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호기심이 들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그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다 그들이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후 위기의 당사자로 절박함을 가지고 그들이 하는 직접행동은 다른 기후활동가들에게 모범이 되었고 아직 우리가 할 일이 남아있음을, 절망을 이야기하기에는 기후 활동을 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늘 일깨워주면서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러다 두산중공업의 신사옥에서 펼친 그들의 직접행동으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 판결받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의 수많은 활동가는 벌금이라는 제도에 발이 묶여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며 활동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비단 이러한 현상은 활동가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정당한 노조 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에게도, 인간답게 함께 살고 싶다고 투쟁하는 장애인들에게도,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지며 농업,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의 투쟁 현장에도 여지없이 벌금이라는 족쇄가 채워졌습니다. 당시 기사를 마주하고 저는 벌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당당히 벌금형에 대해 정식 재판을 청구해서 죄의 유무를 가리겠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들의 용기가 고마웠고 이런 사회에서 운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이은호와는 녹색당의 기후정의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만난 당원 동지입니다. 그는 늘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료들과 길을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은호는 대한민국이 한창 그린뉴딜로 들떠있던 2021년 5월 P4G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을 때, 이렇게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음에 절박한 마음으로 곡기를 끊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동대문 앞에서 15일간 온몸으로 저항했던 사람입니다. 당시 단식이라는 방식만은 피해서 다른 방법으로 길을 찾아보자고 했으나 그의 결의는 견고하고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더는 설득이 불가능함을 알고 그를 도와 단식장을 만들고 단식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면서 15일간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의 단식은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적인 환경 회의가 얼마나 국제적으로 준비가 미흡했고 우리나라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많은 기후활동가와 국내외의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공동대표인 강은빈과는 두산중공업에서의 직접행동이 있기 전까지는 단순히 이름만 접한 기후활동가 동료였습니다. 그가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고민과 번뇌가 있었음을 녹색당 내에서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원 동지들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기후 활동에 전념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 사회가 부끄러웠습니다. 정식 재판이 진행되면서 당시의 일과 재판과정에 대해 줌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얼른 신청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처음으로 강은빈이라는 기후활동가와 대면해서 주책없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가 전해준 저항의 언어는 날서있지 않았고 동료들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곳이 아닌 그 어디에도 더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과 인류애를 보여주었습니다. 나이 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울컥해 버렸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들이 왜 두산중공업의 신사옥에 가게 되었을까요? 그 방법 말고는 이제는 할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았습니다. 더 이상의 추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막기 위해 각각의 기업과 은행, 기관에 최선을 다해 질의서를 보내고, 전화로 공문은 받았는지 답변은 언제까지 받을 수 있는지 재차 예의 있게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답이 없자 그 사업이 얼마나 사업성이 없는 사업인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를 찾아주고,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이 공개한 KDI 베트남 붕앙2 석탄 화력 개발사업 예비타당성 보고서의 마이너스 7,900만 달러라고 분석된 자료도 찾아주면서 이 사업이 자신들의 기업에도, 기후 위기를 막겠다고 선언한 우리 정부에도 얼마나 큰 짐인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지요. 심지어 기업별로 ESG 경영 전략을 다 확인해서 맞춤형으로 베트남 정부의 전력 수급 계획을 근거로, 재생에너지 쪽으로 투자를 하면 경영 측면에서도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라든가, 사업적 위험성에 관해서 설명하고, 기업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서 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자 드디어 직접행동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이 탄원서를 제출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전 세계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해야 합니다. 작년 발간된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이제는 기후 위기를 막을 시간이 우리에게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음을 경고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구촌 그 어디에도 더 이상의 신규석탄화력발전소는 지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는커녕 지금의 현실도 제대로 지킬 수 없어 거리로 나선 활동가들입니다. 저도 용기가 없어 하지 못 한 일들을 이 청년들이 우리 모두를 위해서 나서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많은 빚을 진 것입니다.

  셋째, 석탄화력발전소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는 탈석탄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많은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OECD 국가의 일원으로 대한민국도 국제사회의 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이들이 우리에게 잊지 않도록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넷째, 두산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정신적 충격이나 대외이미지 실추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망가트린 죄를 물어야 하며, 탈석탄으로 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을 충격에 빠트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기후 위기를 마주하고 실의에 빠지거나 우울한 마음으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던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저항의 언어로 용기를 준 이들입니다. 우리에게 기후 위기를 딛고 함께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들의 용기가 있는 행동에 현명하신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특정한 어떤 이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개인들의 실천으로는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기업들이, 정부가, 국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을 것입니다. 법원에서 정의로운 판단으로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이은호, 강은빈의 동료 기후활동가로 그들에게 죄가 없음을 두 사람과 함께 외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년 1월 16일

탄원인 성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