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100% 재생에너지 불가론은 기술의 실패가 아닌, 정치의 실패입니다 (202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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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재생에너지 불가론은 기술의 실패가 아닌, 정치의 실패입니다.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부치는 공개 서한


  안녕하세요, 20대 대선을 앞두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번 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의 연설에 이어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의 연설까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양당의 2050 탄소중립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초장부터 기후위기를 강조하시고는 ‘핵융합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자’고 하신 송영길 당대표와 ‘태양광 패널이 전국의 산림을 뒤덮고 있다’며 과대망상을 조장하고는 원전 살려내라는 김기현 원내대표, 참으로 유감입니다. 기후위기 앞에 무책임하고 게으른 양당에서는 조금의 희망도 보이질 않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8위 국가인 우리나라의 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등 고탄소배출 업종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원 전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수입에 의존하거나 채굴하고 착취하는 에너지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절대량 감축을 위한 대담한 계획과 산업 전환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안전하고 깨끗한 터전을 조성하는 데 모든 재원과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때입니다. 재생에너지 100%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신 송영길 대표와 김기현 대표의 근거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폐기물과 위험성 대비 핵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전망을 비교해보긴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두 정당으로부터 답변을 얻어낼 것입니다.

  2017년, 전 세계 탄소배출의 99% 책임이 있는 139개국을 위한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로드맵이 공개되었습니다. 한국의 투자와 노력에 따라 2050년 100% 재생에너지가 가능하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만약 재생에너지 100%로의 탄소중립이 실패한다면, 그 이유는 과학기술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정치가 실패해서일 것입니다. ‘산허리를 깎아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산허리를 깎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일이지, 그 대안으로 핵에너지를 제시하시다니요. 핵에너지는 방사능과 폐기물 처리 등 또 다른 위험들을 안겨줄 것입니다. 게다가 산허리를 깎아 공항 짓는 사업에는 쌍수를 들던 의원님들이기에 정말로 생태계를 걱정하시는 건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충에 사활을 걸어도 모자랍니다. 물론, 재생에너지 100%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는 수많은 난관들이 있을 것입니다. 주민 수용성을 포함한 발전량 변동성, 계통연계 지연, 입지 갈등을 비롯한 문제들은 재정 투자와 함께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며 해결해내야 하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송영길 대표께서는 ‘청년의 삶을 짓누르는 잘못된 구조를 바꾸겠다’고도 하셨지요. 지구의 한계를 마주하고서도 여전히 산업화 시절 경제성장‧개발신화에만 집착하는 거대 양당이 바로 우리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분노하고 절망해봤자 단절된 개인은 힘이 없습니다. 우리는 젊음을 걸고 지역과 세대, 성별, 종교, 이념, 학력, 직군, 국적을 넘어서는 연대와 풀뿌리 민주주의로 기성정치에 맞설 것입니다. 지금부터 우리들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으십시오. 비싸고, 느리고, 위험한 핵발전은 결코 화석연료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202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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