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420 삼척 석탄 집중행동 희원.온 발언문 (2024.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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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끄자 삼척석탄!” 420 삼척 석탄 집중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희원.온 발언문


안녕하세요, 더 나은 지구를 상상하는 생태정치공동체 청년기후긴급행동 희원입니다. 지난 3월 기후유권자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한 이후로 이번이 이곳 삼척에 세 번째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 밖에 오지 않았지만, 저와 삼척이 매우 가까워졌다고 느낍니다.


처음 삼척으로 향하기로 했을 때 이곳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삼척과 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곧 나의 해방을 고민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지리적으로 특권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삼척을 파괴하여 얻은 전기가 제가 사는 수도권으로 간다는 사실은 제가 지금껏 누려온 세상이 감추고 있었던 민낯을 보여주었습니다. 발전소 건설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피해는 삼척이 모두 감내해야 하는데, 자체 전력 생산량이 11% 밖에 되지 않는 서울은 이 곳의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었습니다. 나의 집으로부터 먼 삼척의 아픔 위에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것을 느낀 이후론 삼척이 더 이상 낯선 곳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자주, 우리는 내가 아닌 사람이 되길 요구받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에 부합하는 생산적인 사람, 아픔을 억누를 줄 아는 사람, 등수로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얼마 전 석탄에서 비롯된 불평등을 꼬집는 다큐멘터리 <석탄의 일생>을 관람했습니다. <석탄의 일생>에서는 끝없이 침식되는 맹방해변을 복구하기 위해 다른 곳의 모래를 해변에 붓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원래의 모습 자체로서 존재할 수 없는, 끊임없이 내가 아닌 다른 곳의 모래를 쏟아부어야 이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를 삼척과 더욱 더 가깝게 끌어당겼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 삼척과 연결되어있을 것입니다. 착취의 구조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온전히 그 모습을 간직하는 존재들이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바다는 바다대로, 맑은 하늘은 하늘대로, 고유한 우리는 우리대로, 이곳에서 발붙이고 살아갈 수 있기를 꿈꿉니다. 삼척이 삼척의 모습 그대로 돌아가는 것은 곧 나의 해방이고 붕 뜬 세상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