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청년기후긴급행동 강령 (2024.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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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후긴급행동 강령>


전문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020년에 출범하여 ‘비폭력 직접행동 단체’로서 기후운동에 참여해왔다. 2021년 대한민국의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 수출 사업에 반대하는 분당 두산타워 직접행동 이후,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해 운영위원회 및 공동대표를 선출하였다. 2023년에는 대표단 성폭력 사건 대응 및 공동체적 회복을 도모했으며, 두산중공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고, 이후 내부 집중기간을 통해 조직 내외 관계에 대한 성찰과 활동 회고 등 재정비를 거쳤다. 2024년을 기점으로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생태정치공동체1로서 기후위기를 비롯한 현실 앞에서 능동적으로 세계와 관계 맺고자 하는 열망을 밝히는 바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공동체로 규정하는 이유는, ‘쓸모’보다 ‘존재’ 그 자체에서부터 서로의 의미를 발견하며 뿌리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앞으로의 투쟁에 함께할 모든 이들을 환대하며 생태공화국 통문과 더불어 아래 강령을 결의한다.


1. 아픔은 우리를 연결하는 정치적 원동력이다.

  우리는 다양한 아픔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삶에서 마주한 수 많은 상실과 재난, 억압, 부조리, 실패들로 인해 우리는 불안하고, 슬프고, 고통스럽고, 두렵고, 굶주리고, 숨가쁘고, 화나고, 피곤하고, 답답하고, 우울함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픔을 외면하기보다 직면하고자 하고, 아픔을 극복하기보다 더 많은 아픔들을 품으며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

  아픈 몸들이 세상과 불화할 때 세상은 역동한다. 나와 타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의 삶에서 경험한 억압과 폭력을 세상에 드러내 우리 모두의 사건으로 확장한다.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아픈 몸들과 공동의 해방을 모색한다. ‘우리의 해방은 연결되어 있다’는 구호가 관념에 그치지 않도록 조직 내부 및 일상 관계에서부터 서로의 아픔에 반응하고, 그 기원을 추적하고, 아픔들을 엮어 나간다.


2. 우리는 생태공화국2을 수립하기 위한 자치를 실현한다.

  우리는 민주공화국 이후의 국가를 상상하는 정치 체제로서 생태공화국을 제안한다. 현존하는 정부를 비롯한 기성의 정치 권력은 우리의 정치적 열망을 대변할 수 없다. 생태공화국은 기존의 국가 체제와 불화하는 이들이 정치적 다수를 형성할 때 도래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자치를 통해 생태공화국을 직접 수립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으로서 지금-여기에서 생태정치운동을 도모하고, 그에 따라 요구되는 지혜와 역량은 배타적으로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며 함께 발휘한다.


3. 우리는 좋은 삶3을 쟁취하기 위한 물적 토대와 공동체 관계를 일군다.

  우리는 지금-여기에서부터 좋은 삶을 누리고자 한다. 우리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해 사고하는 인식 및 관계를 재정립하여 절제와 공생의 지혜, 지구 공동체와의 조화를 이루는 삶을 쟁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삶의 자유와 존엄을 누리기 위한 필수 기반, 즉 정치, 예술, 먹거리, 주거 등 전 영역의 필요를 공동으로 마련한다. 물적 토대와 공동체 관계를 일구는 일은 자치의 필수 요소이며, 사적 소유의 논리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공동의 것을 만들어가는 것은 그 자체로 변혁적인 운동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좋은 삶을 지속하고 재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투쟁하고 연대한다.


4. 우리는 구 체제4의 현장에 개입하며 투쟁의 전선을 형성한다.

  우리는 구 체제로 인해 아픔을 겪었거나, 겪고 있거나, 겪게 될 이들과 연대하여 구 체제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주체들과 맞서는 투쟁에 임한다. 우리가 원하는 관계와 생활 양식, 사회 구조는 연대와 투쟁을 통해서 체득할 수 있다. 가령, 정부와 기업의 실패를 고발하고 역사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일련의 활동은 생태공화국을 열망하는 주체들이 규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5. 누구든지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일원이자 동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지구 생태계 안에서 상호 의존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생태정치운동을 통해 지구에서 단절된 관계들을 재연결하고자 한다. 동물과 식물 등 생물종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바다와 갯벌, 섬, 늪, 숲과 산 또한 우리의 동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인간 사회’의 경계를 해체하고 비인간 존재들과도 정치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서로의 세계에 침투하고 개입함으로써 사회 구조를 재구성한다.

  우리의 운동에는 배제되는 이가 없다. 우리는 모두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세계는 지구상 유일무이하며, 우리는 그 삶에 담긴 역사와 서사를 존중한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특출나거나 대단하지 않다. 누구든지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에서부터 운동의 일부가 될 수 있고, 운동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 개개인은 완벽하지 않고,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우리는 비로소 함께일 때 온전할 수 있다.


2024. 2. 17. 청년기후긴급행동 정기총회 제안 의결

2024. 3. 9.  청년기후긴급행동 임시총회 초안 의결

2024. 4. 10.  청년기후긴급행동 이사회 본안 의결



[1] 생태정치공동체: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우리 모두가 지구의 일부임을 인식하며 우리를 돌보는 지구에 연대와 투쟁으로 화답하고자 하는 이들의 결사체로, 생태정치의 필요성을 주장하거나 기성 권력 집단에 생태정치를 요구하는 데에서 만족하지 않고자 한다. 이는 우리가 관계 맺고 살아가는 방식, 이의 제기하는 방식, 의사 결정하는 방식부터가 생태정치를 실현하는 역동적 현장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2] 생태공화국: 이하 ‘생태공화국 통문’ 발췌. 생태공화국이란, 기후위기 시대 정치적 주체이자 생태적 존재임을 스스로 선언한 이들이 탈환할 국가의 청사진을 일컫는다. … 우리는 부끄럽고 비통한 역사 앞에 책임을 다하고, 걷잡을 수 없는 붕괴와 소멸, 상실을 애도하고, 생명 살림과 돌봄을 이행할 정치 행위자로서의 국가 '생태공화국'을 구상하고자 한다.

[3] 좋은 삶: 에콰도르의 ‘수막 카우사이(Sumak Kawsay)’를 참고한다. 케추아어로 수막(Sumak)은 ‘충만한, 온전한, 좋은’을, 카우사이(Kawsay)는 ‘삶, 삶의 방식’을 뜻한다. 자연을 재산 및 자원으로만 여기는 인류로 인해 지구에서는 수 많은 약탈과 착취가 일어났다. 2008년 에콰도르는 지구상 처음으로 ‘수막 카우사이’를 중심 원리로 삼는, 자연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제정했다.

[4] 구 체제: 이하 ’생태공화국 통문‘ 발췌. 우리가 저항하고, 해체하고자 하는 낡은 질서를 우리는 ‘구(舊) 체제’라 이름 붙이기로 한다. 구 체제는 상생, 순환, 공명이 아닌 분열, 소진, 고립을 낳는 모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질서로서, 곧 가부장주의, 군사주의, 개발주의, 권위주의, 능력주의, 성장주의, 식민주의, 이성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 자본주의, 차별주의 등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