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동해삼척정선태백 기후유권자 선언 기자회견 윤정 발언문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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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더 나은 지구를 상상하는 생태정치공동체 청년기후긴급행동입니다. 우리는 작년 9월 12일 삼척블루파워 공사장 입구에서 “정부와 포스코는 삼척석탄발전소 건설 중단하라!”라는 플래카드를 펼치고 직접행동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지금, 탈석탄법의 통과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도 없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시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기후유권자 선언을 진행하는 동해, 삼척, 정선, 태백은 탄전지역으로서 우리나라 석탄개발의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지역들입니다. 특히 1930년대 일제가 지하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이 지역에 탄전지대를 만들었고, 독립 후에는 국가 주도의 산업화와 경제 개발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후 석탄산업이 저물어왔음에도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에너지 산업 인프라 시설이 유치 시도되고 실제로 유치되는 등, 일제의 수탈에 이어 현재까지 한국의 경제성장과 수도권의 안정적인 자원 공급을 위해 이 지역이 희생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채굴과 생산, 유통, 그리고 작금의 새로운 건설 등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은 지역주민들에게 독이 되고 있으며, 아름다운 해안가를 침식시키고, 백사장을 소실시켰습니다. 또한 사업구역 토지 수용 과정에서 집과 농토, 어업권을 잃어버린 주민들도 있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구성원은 사실 대부분 이 지역과는 연고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도권에 사는 이들이 이 지역을 착취하며 편리함을 누려왔음을, 수도권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임을 무의식적으로 내재화해왔음을, 끝내 지역간 불평등을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개발과 발전이 ‘좋은 것’을 표상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는 개발과 발전이라는 프레임이 우리를 병들게 하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땅을, 하늘을, 그리고 바다를 고통스럽게 해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양식과 삶을 주었던 바다와 소실된 백사장으로부터 단절되는 것, 갖은 오염 속에 천천히 죽어가는 이들을 마주하는 것, 결국 우리가 마침내 묻힐 땅마저 기후위기의 흐름 속에서 유실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만물과 맺어온 관계들이 파괴되고 끊어지고 부정당하는 것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모두가 공유하는 공감대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기후위기 시대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를 핵심적으로 논의하는 기후정치입니다. 그리하여 필요한 것은 조속히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며, 정의로운 전환과 함께 생태적 가치가 곧 좋은 삶의 핵심임을 기치로 삼는 기후정치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무너지는 자연과의 관계를, 우리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기후위기로 인해 더 악화될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불평등을 개선하는, 단절과 개인화가 아닌 관계적 가치가 곧 좋은 삶의 핵심임을 기치로 삼는 기후정치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동해삼척정선태백 지역의 기후유권자 선언에 연대하며, 우리가 위기라고 이름 붙인 이 시대가 그저 슬픔과 절망으로 점철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2024.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