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수원지방법원 환송심 청년기후긴급행동 은빈 최후진술 (202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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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현/이슬하


안녕하세요. 저는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입니다. 저희는 저희가 행한 일, 즉 4년 전 분당두산타워 앞에서 석탄발전소 수출 사업에 반대하기 위해 10분 가량 벌인 직접행동에 대해 책임지고자 법정에 4년째 성실히 출석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를 밝히고자 오늘도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사법부의 판결을 판사님께 정중히 구하고자 합니다.


2021년 직접행동 이후 4년하고도 한 달 가량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에는 한국과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힘을 합쳐 베트남에 석탄발전소를 수출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사업을 반대하면서도 ‘2025년이면 완공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사실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베트남 하띤성 끼안현의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는 올해 3분기에 완공되어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보도하는 어느 신문에서는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의 높은 기술력과 빠른 노동력의 덕택이라는 찬사를 마지 않았습니다. 그 진보한 기술과 노동이 가져올 기후위기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특히나 저는 법과 정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치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와,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관계를 보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라는 건 곧 얼마든지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겠지요.


그리고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약속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997년 국제사회는 지구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교토의정서를 채택했지요. 2020년 교토의정서는 종료되었고, 2021년부터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되었습니다. 산업혁명 당시 기준으로 지구 온도가 2도까지 오르지 않도록 억제하고,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의 협정입니다. 대한민국은 교토의정서 당사국은 아니었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당사국임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2023년 3월에도 이 곳 수원지방법원에 와서 법정에 서서 최후 진술을 했습니다. 그 때 저는 “재판을 치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기온은 오르고 있고 온실가스 농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1년 사이에도 세계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상대로 지구는 더 뜨거워졌습니다. 작년 11월 지구 평균 기온이 결국 1.5도라는 상승폭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각국 지도자들이 모여 체결한 국제사회의 협약은 사실상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 슬픈 일은, 이러한 현실에 사람들이 나날이 무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구 곳곳에서 수탈과 훼손, 폭력과 아픔이 난무합니다. 지친 몸 기댈 곳 하나 찾기 어렵고 슬픈 마음, 낮은 마음 터놓고 위로받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판사님은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계신가요? 그리고 어떤 세상을 마음에 품고 계신가요? 저는 기후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엄혹한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악화일로의 기후 영향과 그에 따른 손실, 고통, 비극의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4년 전 겨울 분당두산타워 앞에서 벌인 직접행동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걸 알지만 석탄발전소는 수출하겠다는 자기파멸적인 정부와 기업들의 경제 논리 앞에 가려지는 존재들의 몸부림이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지구가 거주 불가능한 행성이 되어가고 있는 기후위기라는 현실에 응답하기 위한 작지만 정직한 몸짓이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는 판사님들께 대법원의 재물손괴 무죄 판결 환송 주문에 더해, 집회시위법 위반이라는 유죄 혐의 앞에서 저희 행동의 맥락을 헤아리시어 판결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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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현/이슬하

2025. 3. 13.

청년기후긴급행동 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