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취업을 했는데 글을 적는 지금은 어느덧 10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일을 하고 집에 오면 다른 것에 집중할 여력이 없이 에너지가 방전이 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한 두 달 사이에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어느 정도 내려놓고,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서 다시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에도 참여할 여력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물결의 초대로 《대지에 입맞춤을》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보기 전에 사전 정보를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923 기후정의행진 때 “인간의 조건: 지구”라는 피켓을 만들었습니다. 이 문구의 아이디어는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한나 아렌트라고 하는 유명한 철학자의 책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지구는 가장 핵심적인 인간의 조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필요충분조건은 지구이고, 사람의 근원은 땅에 있습니다. 사람은 땅에서 태어나서, 땅에 발을 디디고 살다가, 죽으면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대지에 입맞춤을》에서는 먼저 그러한 땅에게 인류가 특히 최근 1세기 동안 어떠한 짓을 저질렀는지를 고스란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작물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했던 여러 노력들은 생명의 근원인 토양을 황폐화시켰고, 오늘날 인류가 처한 가장 심각한 위협인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인류가 자연과 화합하며 ‘자연스럽게’ 농사를 지었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과학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토양을 파괴해왔지만, 다행히 그동안 토양생태계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있는 토양 위에서 ‘생명’을 농사지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농사 한 번 지어보지 않고 도시에서만 태어나 자라온 제가 농촌의 실상에 대해서 뭘 안다고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는 자본주의 사회 아래에서 저는 그저 마트의 판매대에 올려져 있는 상품을 구매하거나, 이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 있는 음식을 집으로 주문해 먹을 줄만 알지, 입 속으로 들어가는 음식 하나하나의 원료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서 내 앞에 놓여지게 된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또 한 가지, 《대지에 입맞춤을》을 보면서 기억이 남는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가 강연자가 친환경적인 농법을 강연할 때, 강연을 듣던 한 농부가 “이미 수익이 보장되어 있는 방식을 왜 포기하나요?(정확하지는 않습니다)”라고 질문합니다. 특정 작물을 재배하는 사실 자체만으로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작물을 수확하기 전에 이미 수익이 보장되어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토양을 살리는 일이 인류에게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땅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부의 생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 다큐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려는 시도는 소수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토양을 살리기 위해서 무엇보다 농민의 생존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구독하게 된 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와 청년기후긴급행동 동지들과 시청한 《대지에 입맞춤을》을 통해서야 비로소 농부가 처한 현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로서는 우선 매대에 올라온 여러 가지 농산물 중에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의 결과물을 선택하고자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에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토양생태계를 살리면서 농사를 짓는 분들을 지지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앞으로도 고민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3월에 취업을 했는데 글을 적는 지금은 어느덧 10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일을 하고 집에 오면 다른 것에 집중할 여력이 없이 에너지가 방전이 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한 두 달 사이에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어느 정도 내려놓고,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서 다시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에도 참여할 여력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물결의 초대로 《대지에 입맞춤을》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보기 전에 사전 정보를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923 기후정의행진 때 “인간의 조건: 지구”라는 피켓을 만들었습니다. 이 문구의 아이디어는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한나 아렌트라고 하는 유명한 철학자의 책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지구는 가장 핵심적인 인간의 조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필요충분조건은 지구이고, 사람의 근원은 땅에 있습니다. 사람은 땅에서 태어나서, 땅에 발을 디디고 살다가, 죽으면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대지에 입맞춤을》에서는 먼저 그러한 땅에게 인류가 특히 최근 1세기 동안 어떠한 짓을 저질렀는지를 고스란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작물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했던 여러 노력들은 생명의 근원인 토양을 황폐화시켰고, 오늘날 인류가 처한 가장 심각한 위협인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인류가 자연과 화합하며 ‘자연스럽게’ 농사를 지었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과학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토양을 파괴해왔지만, 다행히 그동안 토양생태계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있는 토양 위에서 ‘생명’을 농사지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농사 한 번 지어보지 않고 도시에서만 태어나 자라온 제가 농촌의 실상에 대해서 뭘 안다고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는 자본주의 사회 아래에서 저는 그저 마트의 판매대에 올려져 있는 상품을 구매하거나, 이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 있는 음식을 집으로 주문해 먹을 줄만 알지, 입 속으로 들어가는 음식 하나하나의 원료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서 내 앞에 놓여지게 된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또 한 가지, 《대지에 입맞춤을》을 보면서 기억이 남는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가 강연자가 친환경적인 농법을 강연할 때, 강연을 듣던 한 농부가 “이미 수익이 보장되어 있는 방식을 왜 포기하나요?(정확하지는 않습니다)”라고 질문합니다. 특정 작물을 재배하는 사실 자체만으로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작물을 수확하기 전에 이미 수익이 보장되어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토양을 살리는 일이 인류에게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땅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부의 생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 다큐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려는 시도는 소수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토양을 살리기 위해서 무엇보다 농민의 생존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구독하게 된 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와 청년기후긴급행동 동지들과 시청한 《대지에 입맞춤을》을 통해서야 비로소 농부가 처한 현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로서는 우선 매대에 올라온 여러 가지 농산물 중에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의 결과물을 선택하고자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에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토양생태계를 살리면서 농사를 짓는 분들을 지지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앞으로도 고민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