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활동후기[230930] 923 기후정의행진

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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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지금 아프다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해방과 지구의 해방은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지닌 힘을 모아 각자가 처한 현실을 해석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은 실로 혁명적인 실천이다.

우리 함께 숨탄것들의 나라를 꿈꾸자. 해방의 땅을 노래하자.”

- 생태공화국 통문 중



923 기후정의행진 본집회가 시작되기 전 사전 부스가 열렸습니다. 

사전 부스에서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그곳을 해방의 땅, 생태공화국으로 선포하고, 작은 한뼘의 공간을 나의 해방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부스를 방문한 분들께 기존의 국가 체제와 자신이 불화하는 지점을 메모지에 적어줄 것을 요청드렸습니다. 

부스가 열린 짧은 시간동안 그곳에는 많은 메모지가 붙었고, 그 속에 담긴 많은 각자의 이야기들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저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불확실하고 불분명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나의 해방, 당신의 해방, 우리의 해방, 그리고 지구의 해방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선언했을 때,

이곳에 모여든 각자의 해방을 향한 수많은 이야기은 어떻게 함께 연결되고 얽혀들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함께 마주하고 직면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까요?

이곳에 찾아온 기존의 국가 체제, 이 사회와 불화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손 내밀고 말 걸며, 함께 저항의 주체, 해방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의 해방을 위한 운동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많은 가능성과 질문이 함께 남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본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저마다의 다양한 이름과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을 때, 뿐만 아니라 여러 기후 관련 소식을 듣거나 활동을 하다 보면 기후위기를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큰 차이들이 있음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함께 기후정의행진, 또는 기후위기라는 깃발 아래 모여 있기는 하지만, 마치 전혀 다른 곳에 서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함께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단지 많은 ‘어떤’ 사람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는 얼굴과 이름을 가진 이들, 함께 선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멤버 뿐만이 아니라, 사전에 그리고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행진하기 위해 찾아온 김공룡 행진단도 있었습니다.

이들과 함께 행진하고, 외치고, 땅바닥에 누웠습니다.

이들 역시 동일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주침은 그러한 차이들이 연결되고 얽히며 힘을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청년기후긴급행동이 나의 해방, 우리의 해방, 지구의 해방을 함께 외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단일한 구호와 요구들로 환원되지 않는, 나의, 우리의 삶과 이야기를 엮고, 서로에게 응답하며, 함께-되는 것, 

이곳에서 마주치고 얽힌 이들의 얼굴과 이름,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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