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어 어색하고 어렵지만, 이틀 전 제가 기후파업에서 느낀 뜨거운 열기와 에너지를 전하고 싶어 몇 글자 적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한달 반 전에 독일의 작은 대학도시 튀빙겐에 6개월간 살러 오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생태도시로 불릴 만큼 많은 것들(ex. 비건옵션이 있는 식당들, 토요일에는 버스가 무료, 체계화된 자전거 도로, 주차장만큼 큰 자전거 보관소 등)이 제가 살고 있는 한국과 달랐습니다.
그래서 지난 한달 반 동안 여기 사람들은 어떻길래 이런 생태도시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이번주 월요일에 튀빙겐 지역의 Fridays For Future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이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기후파업 홍보 전단지를 돌리고 수요일에는 이들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회의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시간 반가량 동안 금요일에 진행되는 기후파업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는데요.
비록 독일어로 진행해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이들의 기후파업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2시간이 넘는 회의라 다들 지칠법도 한데 서로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고 꼼꼼하게 해야 할 일들을 확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을 보면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의 청년기후긴급행동 동료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기후파업 당일이 되었고, 저는 스텝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기후파업이 오후 1시였는데, 아침 8시 반부터 나와서 준비를 하는 동료들을 보며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몇달 간 준비한 기후파업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저도 덩달아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1시가 가까워졌고, 기후파업 시작 장소인 Uhlandstraße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안모이는 듯 했지만 10분만에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렇게 2100명에 달하는 사람들(튀빙겐 인구가 9만명인 것을 생각하면 꽤 많은 숫자인데요)이 함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맨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함께 발맞추며 구호를 외쳐 나갔습니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이들과 함께 2시간 ‘기후정의’를 외치는 것이 제게는 정말 큰 힘과 열정을 불어 넣어 주었습니다.
정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소리로 하나의 구호를 외치는 경험은 정말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후파업 자체를 하나의 행사처럼 ‘즐기는’ 이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많은 인프라와 제도들이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기에 기후운동 자체를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즐기는 것을 보면서 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을까하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공주보 문을 닫아버린 정부로 인해 차오르는 물속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충남지역 동지들을 보면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막기 위해 높은 사다리에 오르고 스스로를 사다리에 묶어버린 청년기후긴급행동 동료들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는 이 사람들처럼 즐기면서 기후운동을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과제의 무게와 그 양이 다르니까요.
저는 이런 비극의 시대에 그럼에도 우리가 923 기후정의행진에서 만큼은 맘껏 즐기고 맘껏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쓰다보니 923기후정의행진 홍보글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저는 독일에서 923 기후정의행진을 온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제가 늘 응원하며 마음으로나마 함께하고 있겠습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