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활동후기[230904] 밥상머리 정치 : 9월의 밥상회를 기록하며

김주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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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한살림 공유주방에서 밥상회가 열렸습니다. 격월마다 밥상회라는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계속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번 주제가 저의 활동과 결이 맞아 초대를 받았네요. 주제는 기후재난과 참사가 일어난 후, 농촌 지역 피해 당사자나 목격자들과 함께 삶의 고민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해보는 자리였습니다. 


일단 저희가 함께 먹었던 음식은 한살림에서 새롭게 출시한 들깨옹심이와 애호박전, 부추전이었고, 벗밭에서 가져온 무화과잎차가 있었습니다. 저는 퍼머컬처밭에서 서양톱풀(야로우), 향쑥(웜우드), 베르가못(비밤) 찻잎을 가져가서 함께 나누었습니다. 음식이 모두 비건이었고, 맛도 훌륭해서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특히나 무화과잎차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차의 풍미와 향이 정말 뛰어나서 당장이라도 무화과 나무를 사서 심고 싶었지요. 


이런 만찬을 즐기며 저희는 3가지 질문을 두고 토론을 했습니다. 

1. 폭염, 폭우 등 기후재난과 참사가 올해 여름에도 발생했습니다. 나의 일상 또는 활동 단체에서는 이를 어떻게 마주했고,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2. 매년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기후재난을 마주하며, 올 여름을 나며 고민하게 된 지점이 있나요? 

3.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함께 모을 수 있는 힘과 지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1번 질문에 대해 긴급행동에서 했던 폭우피해 거리모임 '마주,마중'을 소개했습니다.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민들을 만나 마음을 나누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했던 활동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더 마음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고 시민들을 만나야 하는지 새롭게 고민해 본 활동이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퍼머컬처 밭에서 고라니,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먹거리 위기를 맞은 밭 동료들의 경험을 나누었는데요. 기후재난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먹거리를 찾아 내려온 야생동물들이 먹어치우거나 헤집어 놓은 밭에서 인간이 먹을거리를 충분히 키우지 못했고, 이는 기후재난이 왔을 때를 상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결국 밭에 나는 소위 잡초들 중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채취하여 가공하고, 먹어보는 경험을 했었어요. 


또한 2번 질문에서는 폭우 피해 지역인 예천에 내려가 봉사를 했던 분과 농민들을 만난 후 기사를 썼던 기자분, 그리고 농민들과 만나며 한살림의 제품을 개발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장에 있는 우리 농민들의 고충을 함께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3번 질문인 우리는 어떤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까요? 

첫 번째로 저는 퍼머컬처 전환마을 운동을 떠올렸습니다. 퍼머컬처는 자생하는 시스템인 숲을 닮은 밭을 만든다는 뜻으로 숲밭이라고도 불립니다. 다양한 벌레와 새와 동물을 끌어들여서 생태계를 복원하는 의미도 있으며, 이는 동물권과도 연결이 됩니다. 숲밭에서 나는 작물들은 먹거리가 되고 약이 되는 약초, 샴푸와 비누같은 생활재의 재료, 직물을 염색하는 천연 재료가 됩니다. 또한 퍼머컬처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집, 연못 등 삶터를 디자인하는 방법일 수도 있지요. 이를 모은다면 하나의 마을이 됩니다. 그리하여 대량생산의 착취구조에서 벗어나 전환마을 운동으로 이어집니다. 해외에서는 활발히 진행되는 사례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정책적 지원과 시민들의 인식이 부족하여 속도가 더딥니다. 그래도 이를 꾸준히 일궈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점차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두 번째로 농민들의 삶을 지원하는 정책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스마트팜 같은 공장식 대량생산 시스템이 아닌 전통 방식의 소농들이 많아져야 땅이 살고 더욱 지속가능한 환경과 경제적 구조가 유지되는데, 지금의 상황은 반대입니다. 기후재난 피해가 심각해질수록, 농민들은 더욱 성공률이 높고 정부도 지원해주는 스마트팜의 방식으로 발길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식물들은 무릇 건강한 흙과 땅속 미생물, 다양한 벌레와 비와 바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자연의 산물인데 말입니다. 

그럴수록 소비자들의 도움도 절실해집니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수입 농산물을 많이 소비하고, 거대기업들이 만든 밀키트나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소비한다면 자연히 농민들에게 가는 정책적 지원은 더욱 줄어들테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마트 진열대에서 하는 우리의 선택은 곧 우리의 정치적 선택입니다. 마르쉐 같은 농부시장에 가서 농부들의 얼굴을 보고 또 그 농부들이 어떤 마음으로 작물을 길렀는지 그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마음이 움직입니다. 농부들의 삶을 응원하고 또 나의 몸이 좋아지는 건강한 작물을 먹으니 이것이야말로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밥상은 어땠나요? 오늘은 밥상 사진을 찍어서 밥상일기를 한번 써보는 것을 제안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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