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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후기[240608] 씨부리는 놈은 고민을 한다

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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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내게 정말 어려운 곳이었다. 지금도 쉬워졌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밀양 투쟁이 있을 때, 밀양 할매들이 싸우고 시민들이 연대할 때 나는 정치나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무자비한 국가폭력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밀양은 내게 뜻모를 커다란 '죄책감'으로 남았다.





그러다 10년 후 다시 만나게 된 밀양의 모습은, 나에게 또 다른 죄책감과 켕김을 주었다. 기후운동을 해나가면서 '송전망이 없으면 핵/원전이나 석탄발전소는 운영은 물론, 재생에너지 확산도 막을 수 있다' 는 불편한(?) 사실 때문이었다.


해법을 찾고 싶은 내게 밀양은 풀 수 없는 숙제처럼 다가왔고, '언 놈이 씨부려도... 탈송전탑이 미래다!' 라는 슬로건조차 내게 불편함을 선사했다... 마치 나를 겨냥해서, 내가 아무 말이나 '씨부리는 놈'이 된 것 같은 느낌.




그렇게 밀양을 알고 싶어 여기저기 다녔다. 탈탈 워크숍에 참석해 콘센트를 만들어 보고, 멋진 책 <밀양 전쟁>을 읽고, 특히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긴급행동의 상현과 어린 덕에 토론회도 참석해 보고, 6월 8일 희망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밀양 송전탑 투쟁현장에 갔다. 





그러면서 나는, 오로지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 덕에 깊었던 고민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다. 전기를 공기처럼 '당연히' 주어지는 것처럼 여기지 않고, 단절된 시장논리의 입지가 아닌 '장소'를 생각하고, 대형 송전탑은 뿌리뽑되 현장과 마을 기반의 분산형 전력망을 주민 주도로 추진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방향을, 그리고 또 다른 상상력들을 긴급행동 안팎의 많은 이들과 고민하고, 만들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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