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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후기[240608] 시현 - 청도와 밀양을 마주

김시현(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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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아 -
픽 - 피 - 픽픽
웅 — 슝
차가운 공기.
파란 불빛들.
내가 감각한 밀양희망버스 4호차이다.

밀양은 나에게 어떤 감각을 안기는지 곰곰히 생각한다.
질문을 머금게 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불현듯 떠오른 단어, 할머니.
맞다, 나에게 밀양과 청도는 할머니다.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는 청도가 고향이며,
아빠의 엄마인 할머니는 시집을 밀양에 오면서, 그곳에서 삶을 뿌리내리셨다.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할머니라는 존재를 나는 무척 사랑한다.
시대가 억압한, 주위에서 보내온 시선들을 무수히 마주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를 내는 존재.

나는 이들 덕분에 쑥쑥 자라날 수 있었다.
이들의 돌봄으로 나는 똘똘 뭉쳐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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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을 스치울 때 마다, 마음에 마구 꽂히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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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공원을 거닐다 마주한 송전탑.


이 전기 어디로부터 흘러왔을까. 불쑥 불쑥 너무나 자주 마주하다보니 무뎌진 내 감각.
이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흐르고 있는지, 어떤 존재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이 곳에 도착하는지 자주 잊는다.
이런 내가 이해가 안되기도 하면서, 이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나를 포함한)이 느끼는 아픔을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어떻게 지금 나를 마주할 수 있을까.

밀양을 향해 가는 시간은 천천히 그리고 고유하게 흘러갔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잠이 필요한 순간에 푹 자기도 하면서.
이 공간에서 돌봄을 이어가는 걸 감각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나를 살피며.
밀양 송전탑 투쟁이 지금까지 고유한 결을 내며, 이어올 수 있었던 건 '돌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새겨진다.
bfb1a7024cd41.jpegda6edb0738f18.jpeg 우리가 우리의 방식으로 차츰 알아가는 돌봄, 이 순간을 함께 지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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