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나라서>
프롤로그
: 아프다.
지금 나의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이지 않을까?
1
나는 언제부터 어디가 그렇게 아팠던걸까.
나는 왜 그렇게 나의 아픔 그리고 아픈 나 자신을 미워하고 또 싫어했을까.
이 의문들에 대해 과연 나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그래도 나는 용기내어 이 질문들에 답해보고자 한다.
2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참 자주 그리고 심하게 아팠던 아이였다. 출생부터 조산위험이 있어 하마터면 태어나지 못할 뻔 했다. 태어나고서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아토피에 시달려 왔다. 내가 기억할 수 있을 때부터는 감기는 물론이고 폐렴에 신종플루 등으로부터 시달려왔다. 감기와 비염은 늘 달고 살았고, 거기에다 발목을 자주 접질러 늘 깁스를 하고 지냈다. 중학교 때는 원인모를 시각 이상으로 눈이 일주일에서 보름간 거의 보이질 않는 경험을 종종 겪었다. 그리고 가정사와 함께 지속적인 동급생들의 괴롭힘이 더해져 중학교 2학년 때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중학교 때와 비슷하게 아니 더 심하게 시각 이상을 겪어 한달간 누워있어야 했다보니 휴학을 하게 되었다. 복학을 해서는 우울증이 조울증으로 진화해 나를 덮쳐왔다. 대학에 와서는 여전히 조울증과 약부작용으로 생긴 탈모와 안구건조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내 아픔의 역사를 한번 간략하게 적어보았다. 이렇게 적고보니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이 아픔을 다 겪어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참 기특하기도 하다.
3
기억을 조금씩 더듬어보면 나는 이렇게 계속 아픈 내가 참 밉고 싫었으며 주변인들에게 참 많이 미안했다. 책에 나온 것처럼 아파서 해야 할 일들을 해내지 못하는 내가, 아파서 ‘프로페셔널’하게 비춰지지 못하는 내가 참 미웠다. 아프다 보니 못하는게 많아졌다. 늦게까지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밤에 하는 회의에서 집중을 못하는 나날이 늘어갔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조증삽화와 우울감에 괴로워 몸서리치는 나를 보면서 참 주변 사람들이 많이 속앓이를 했다. 때때마다 힘들었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괴로웠다. 그런데 참 역설적이게도 정말 죽을만큼 아파보니 아픈게, 그리고 곁에 있어준 이들에게 감사했다. 아프니까 고장난 트럭마냥 달려가던 내가 멈출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주 단단한 벽에 충돌해 멈추느라 트럭이 다 산산조각이 나버렸지만 말이다.) 아프니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돌봐주는 부모님, 나를 염려해주는 친척들, 나에게 응원을 보내주는 친구들의 사랑이 보였다. 이전이었다면 다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을 비로소 느끼는 존재가 되었다.
4
그런데 사실 나는 아직도 아픈게 반갑진 않다. 아프게 되면 내가 겪어야 할 고통들, 포기해야 할 많은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들과 비용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픈 것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 많다해도 아프기 때문에 잃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아픈 사람들은 3가지 빈곤을 겪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아프기 때문에 우리는 빈곤해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다. ’아플 때 온전히 아픔을 겪고, 고통스러워하고, 때론 즐길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지 않을까. 분명히 아픈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문제다. 나를 아프게 만든 사회, 내가 아파도 방치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사회, 내가 아픔을 드러냈을 때 온전히 아픔을 치유할 수 없게 만든 이 사회가 문제이지 않을까. 나는 이런 이 ’아픈 아픔혐오사회‘를 바꾸고 싶다.
5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위로와 위안을 얻었다.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아픈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위로하는 책이어서 위안을 얻은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공감과 위로를 넘어 미완성이지만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안은 바로 ‘건강두레’이다. 건강두레, 모두가 서로의 건강을 생각하며 서로를 살피고 돌보는 두레. 말만 들어도 그 모습과 형태를 상상하느라 절로 행복해진다. 부족한 상상력으로나마 건강두레의 모습을 퐁퐁퐁 떠올려본다. 내가 애정하는 긴급행동 사람들과 건강두레를 이루며 김공룡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 간만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몽글몽글 따스함이 올라온다.
에필로그
: 오늘밤은 이 몽글몽글한 따스함을 안고 건강두레를 상상하며 푹자야지.
아참, 약은 꼭 챙겨먹고.
<아픈 나라서>
프롤로그
: 아프다.
지금 나의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이지 않을까?
1
나는 언제부터 어디가 그렇게 아팠던걸까.
나는 왜 그렇게 나의 아픔 그리고 아픈 나 자신을 미워하고 또 싫어했을까.
이 의문들에 대해 과연 나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그래도 나는 용기내어 이 질문들에 답해보고자 한다.
2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참 자주 그리고 심하게 아팠던 아이였다. 출생부터 조산위험이 있어 하마터면 태어나지 못할 뻔 했다. 태어나고서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아토피에 시달려 왔다. 내가 기억할 수 있을 때부터는 감기는 물론이고 폐렴에 신종플루 등으로부터 시달려왔다. 감기와 비염은 늘 달고 살았고, 거기에다 발목을 자주 접질러 늘 깁스를 하고 지냈다. 중학교 때는 원인모를 시각 이상으로 눈이 일주일에서 보름간 거의 보이질 않는 경험을 종종 겪었다. 그리고 가정사와 함께 지속적인 동급생들의 괴롭힘이 더해져 중학교 2학년 때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중학교 때와 비슷하게 아니 더 심하게 시각 이상을 겪어 한달간 누워있어야 했다보니 휴학을 하게 되었다. 복학을 해서는 우울증이 조울증으로 진화해 나를 덮쳐왔다. 대학에 와서는 여전히 조울증과 약부작용으로 생긴 탈모와 안구건조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내 아픔의 역사를 한번 간략하게 적어보았다. 이렇게 적고보니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이 아픔을 다 겪어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참 기특하기도 하다.
3
기억을 조금씩 더듬어보면 나는 이렇게 계속 아픈 내가 참 밉고 싫었으며 주변인들에게 참 많이 미안했다. 책에 나온 것처럼 아파서 해야 할 일들을 해내지 못하는 내가, 아파서 ‘프로페셔널’하게 비춰지지 못하는 내가 참 미웠다. 아프다 보니 못하는게 많아졌다. 늦게까지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밤에 하는 회의에서 집중을 못하는 나날이 늘어갔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조증삽화와 우울감에 괴로워 몸서리치는 나를 보면서 참 주변 사람들이 많이 속앓이를 했다. 때때마다 힘들었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괴로웠다. 그런데 참 역설적이게도 정말 죽을만큼 아파보니 아픈게, 그리고 곁에 있어준 이들에게 감사했다. 아프니까 고장난 트럭마냥 달려가던 내가 멈출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주 단단한 벽에 충돌해 멈추느라 트럭이 다 산산조각이 나버렸지만 말이다.) 아프니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돌봐주는 부모님, 나를 염려해주는 친척들, 나에게 응원을 보내주는 친구들의 사랑이 보였다. 이전이었다면 다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을 비로소 느끼는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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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나는 아직도 아픈게 반갑진 않다. 아프게 되면 내가 겪어야 할 고통들, 포기해야 할 많은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들과 비용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픈 것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 많다해도 아프기 때문에 잃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아픈 사람들은 3가지 빈곤을 겪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아프기 때문에 우리는 빈곤해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다. ’아플 때 온전히 아픔을 겪고, 고통스러워하고, 때론 즐길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지 않을까. 분명히 아픈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문제다. 나를 아프게 만든 사회, 내가 아파도 방치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사회, 내가 아픔을 드러냈을 때 온전히 아픔을 치유할 수 없게 만든 이 사회가 문제이지 않을까. 나는 이런 이 ’아픈 아픔혐오사회‘를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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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위로와 위안을 얻었다.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아픈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위로하는 책이어서 위안을 얻은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공감과 위로를 넘어 미완성이지만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안은 바로 ‘건강두레’이다. 건강두레, 모두가 서로의 건강을 생각하며 서로를 살피고 돌보는 두레. 말만 들어도 그 모습과 형태를 상상하느라 절로 행복해진다. 부족한 상상력으로나마 건강두레의 모습을 퐁퐁퐁 떠올려본다. 내가 애정하는 긴급행동 사람들과 건강두레를 이루며 김공룡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 간만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몽글몽글 따스함이 올라온다.
에필로그
: 오늘밤은 이 몽글몽글한 따스함을 안고 건강두레를 상상하며 푹자야지.
아참, 약은 꼭 챙겨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