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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231220] [김공룡야학] 그때는 죽을 것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별것 아니었다

송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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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때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려고 하면 나의 뒤에서 숙덕숙덕 거리는 소리가 나를 욕하는 소리처럼 들렸던 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걸 숨기고 싶었고, 정신질환의 증상이라는 생각도 못했다.

스무 살 때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돌아보면 정말 심각하게 아파서 입원해야 하기보다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병동에 있으면서 여러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만났다. 분노조절장애, 조현병, 환시, 환청, 발달장애와 같은 단어와 마주쳤다. 나는 내가 느끼는 고통과 걱정을 병동에 상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께 토로했다. 그 선생님들께서 내게 던지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 곧 배움이었다.

스물 두 살에 다시 대학교에 들어갔다.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를 다녔다. 재병역판정검사를 통해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나는 훈련소에도 안 가는 몸이었다. 내가 힘들었던 만큼 남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게이트키퍼 교육도 들었다. 아팠던 과거의 나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지쳤는지 3학년을 앞두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휴학을 했다.

휴학 후 본가로 돌아갔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다. 부모님을 비난하는 가시돋친 말들을 쏟아냈다. 어느 날은 부엌칼을 꺼내 책상을 내리치다가 어머니가 온 힘을 다해 나를 제압하기도 했다. 다시 스스로 병동으로 들어갔지만, 더 이상 병동이 나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응급실에 방문하기를 몇 번. 사회복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나는 면제를 받았다.

복학한 이후로는 한동안 별탈 없이 지냈다. 감정이 바닥을 치지도, 너무 들뜨지도 않았다. 감정기복이 별로 없는 나 자신이 한동안 별로 적응되지 않았다.

병이 나 자신을 괴롭힌 건 2021년 가을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전부터 조짐은 있었지만, 조현병 증세가 확연히 겉으로 드러난 시점이 이때였다. 나는 내가 이 병에 걸린 이유를 전공 공부에 너무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같이 도서관에 가서 전공책을 하루 종일 파는데 머리가 항상 뜨거웠고 식지를 않았다. 나는 기숙사 주변 학우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퇴거 조치를 받았다. 휴학하기 싫어서 본가에서도 수업을 들으며 끝까지 버티려 노력했지만, 내게 돌아온 성적표는 학사경고였다.

지금의 나는 매일 자기 전에 약 한 알을 복용한다. 정신질환과 사투를 했던 시간은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다시 하루하루를 무탈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는 병원에 꾸준히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고 나의 확고한 신념을 믿었다면 나는 지금 여기에 없을지도 모른다.

취업을 한 이후에 나의 정신질환 경험을 담은 책을 내고 싶어 조금씩 글을 쓰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정신질환은 내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이다. 퇴근하고 기를 모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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