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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후기[240608] [밀양 행정대집행 10주년 결의대회] 삼평리에 다녀오다

조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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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지구해방의날 을 맞아 긴급행동 멤버들은 삼척으로 떠났다. 에너지 외부화 문제를 꼬집는 다큐멘터리 '석탄의 일생' 상영회를 홍보하기 위해 우체국, 시장, 길거리, 행사장에 공룡옷을 입고 주민분들을 만났는데 뒤늦게 정말 뜻밖의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건 바로 황영조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삼척을 방문했던 나의 고등학교 선생님과 같은 시간 같은 지역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연락을 드렸다. 

선생님, 저도 지금 삼척이예요.

선생님은 놀라시며 삼척의 활동을 응원해주셨다. 그러면서 10년 전 청도 삼평리마을에 연대하러 간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후 선생님과의 대화를 잊고 지내다가 이번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밀양 행정대집행 10주년 결의대회에 참가했다. 이번 밀양희망버스는 밀양에 도착하기 전 각 버스들이 투쟁을 하고있는 다른 마을들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어떤 우연인지, 내가 타고있는 버스는 청도 삼평리로 향했다. 

삼평리로 향하는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동료 수아가 나에게 밀양은 삼척 이라고 말했다. 두 곳 모두 수도권에 사는 나에겐 잘 보이지 않았던 곳, 하지만 알고보면 내 생활의 모든것들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곳, 그래서 미안함이 드는 곳. 


4시간여를 달려 삼평리 마을에 내리자마자 엄청나게 큰 송전탑이 보였다. 이렇게 송전탑을 가까이서 본적이 있던가. 높은 산 위 풍경으로만 보았던 송전탑을 이렇게 가까이 보니 압도되었다. 높은 건물 하나 없는 잔잔한 마을에 우뚝솟은 송전탑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건너편 산에 있는 송전탑과 높이를 맞추기위해 매우 큰 송전탑이 밭 바로 옆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이 송전탑은 다른 송전탑과 달리 주황색 흰색으로 색칠이 되어있지 않았다. 민가와 너무 가까워 회색인 송전탑으로 두었다고 했다. 그러나 34만 5천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뾰족한 송전탑은 존재자체만으로 위협적이다.

과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위해 그 근방에는 수많은 송전탑이 세워졌다. 밀양과 더불어 삼평리도 그 피해현장이다. 조용했던 삼평리에는 40기의 345kv 송전탑이 세워졌는데 마지막 40번째 송전탑인 23호기를 막기위해 삼평리의 할머니들은 오랜시간 치열하게 투쟁했다. 그러나 2014년 7월 21일 새벽, 한전은 농성장을 부수고 공사를 강행해 결국 40기는 모두 지어졌다. 한전은 농성장철거 때 직원 백여명, 청도경찰서와 경북지방경찰청은 병력 5백여명을 보냈다. 

10년전 그곳의 현장 사진들은 보기 힘들었다. 무자비하게 끌려가는 사람들, 고통가득한 얼굴들, 철거기구들에 맨몸으로 맞서는 이들의 모습은 처절했다. 2009년부터 송전탑건설을 반대했던 할머니들에게 한전과 경찰은 돈봉투를 건냈다. 평생을 살아온 마을에서 암에 걸려도, 길러온 소들이 새끼를 못낳아도, 마을이 불신으로 가득차 서로를 등져도, 돈이면 모두 된다는 납작한 태도가 폭력적이었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송전탑 공사와 국가폭력이 남긴 삼평리 주민들의 상처, 공동체의 분열, 트라우마를 애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싶다. 송전탑은 지어졌대도 이야기와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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