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거제에서, 또 어제는 네팔에서 큰 산사태가 나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한동안 이런 소식을 듣는 내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 일부러 둔감해지기도 했는데, 빗장이 다시 풀리는 며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을 안고, 어제 화순 분들 몇 명과 함께 곡성에서 열린 AI와 농촌 강의를 들으러 다녀왔다.
한재각 선생님은 삼성과 SK의 회장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90도 인사를 하는 사진을 보여주시고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재앙"이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하셨다. 엄청난 규모의 재원이 어떤 사회적 검증과 검토도 거치지 않은 채로 진행되는 현실이 환기가 되었다. 작년 반도체산업의 우연한 호황으로 100조 가량의 추가 세수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걸 다시 이 사업에 쏟아붓는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번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정치가 부재하다는 마음에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그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상상력이 없으니까 우선 돈을 많이 벌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업의 이윤을 어떻게 만들어낼지에 국가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는게 오늘날의 초상. 이제는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다는 형식적인 말조차도 없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5극 3특이라는 지역균형개발 정책에 기반을 두고 잇는데, 이는 과거 박정희 정부에서 수도권과 영남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것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었다. 수도권 중심의 '낙수효과'가 경제성장의 논리였다면, 5극 3특은 "복수화된 낙수효과"론이다. 대통령은 "이제껏 지역과 농촌이 소외된 덕에 오늘날 이런 기회가 생겼다"는 말을 부끄럼없이 한다. 그런데 이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20년 전에는 '기업도시'라는 상상과 함께 여러 혁신도시들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는 부동산 지대만 치솟을 뿐이었다. 3대 메가프로젝트도 유사한 귀결로 끝나고, 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겠지.
두 번째 강의는 이현정 선생님께서 반도체/데이터센터에 필요하다는 물 공급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다. 불과 몇 달 전인 6월 용수 공급과 관련해 대통령부터 기후부까지 말이 많았다. 처음엔 100만톤 공급이 가능하다고 하고, 농업용수를 강물로 대체해서 65만톤 공급이 가능하다니, 이런 말들이 얼마나 가볍게 대통령과 장관의 입에서 나오는지 함께 보았다. "한국에는 강이 마른적이 없다"는 김성환 장관의 말처럼, 이들은 오래 전부터 얘기되어오던 물 부족에 대한 우려는 눈꼽만큼도 없이 없는 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사람들이 한강 물 먹는다고 생각하냐고, 팔당호의 물이 바닥나면 서울도 물이 끊길 수도 있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새롭게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한국에서 지금까지 물과 관련해 이미 수많은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금강과 새만금 유역에서는 용담댐을 두고 충남과 전북이 사이 긴장이 있기도 하고, 불과 3년 전에 영산강 유역의 물 부족으로 제한급수 위기까지 갈 뻔한 적도 있다. 섬진강 유역에서는 여러 댐들이 건설되고 여러 지역이 물을 끌어다쓰면서 하류에서는 해수 역류가 일어나 모래와 재첩이 사라지고 농지는 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런데, 3대 메가프로젝트의 환상에 도취된 이 정부는 물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광주 군공항 부지에 들어설 반도체 단지에 필요한 물의 양은 광주시 전체가 쓰는 생활용수보다 더 많은 양이다. 그러면 댐의 수계를 더 높여야 하고, 이는 더 심각한 가뭄과 여러 재난으로 이어진다.
사실 몇 년 전 발생했던 구례읍 절반이 침수되었던 홍수 재난도 이러한 물 관리 관행 위에서 발생했던 거였다. 홍수와 가뭄은 완벽한 인재였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여기에 책임을 묻는 정치는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 현실이라니, 마음에 열불이 났다. 산단이 조성되지 않더라도 물 부족이 우려되는 지역이 이미 여럿이다. 그런데 반도체 산업은 이 물을 엄청나게 많이 쓰고 오염된 물을 하수로 방출한다. 대만에서도 반도체 산업에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엄청난 가뭄으로 농민들에게 쌀농사를 짓지 말라고 하고 물 배급제를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한편, 광주에서는 엄청난 찬성 여론에 반해 조금이라도 다른 소리를 하면 역적 취급을 받고 항의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기후우울'이 아니라 '반도체 우울증' 이야기도 나온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대안에 대해서 선생님은 우리의 삶을 정치의 중심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영국 멸종반란의 구호, rebel for life처럼 삶을 위한 반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년 전 처음 접했던 구호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절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최근 친구와 함께 화순 여기저기를 놀러 다녔는데, 물이 가득했던 서성제 저수지가 풀이 가득한 들판이 된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었다.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 댐 수위를 높여서 그런 거라고 했다. 우리 할머니 세대만 하더라도 우물에서 물을 길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런 경험이 전혀 없다. 물은 그저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거다. 언젠가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면 그건 또 얼마나 늦는 걸까, 불안한 상상이 들기도 한다. 내게 경종이 되어준, 감사한 강의였다. 지금보다 더 물에서 멀어지지는 말아야겠다.
강의자료: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BO0YI_NvqJ6kepumVdjimlaL-4VeTnlS
강의영상: https://www.youtube.com/live/YBssfXpXZBg




(말라버린 서성제 저수지)
강의자료: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BO0YI_NvqJ6kepumVdjimlaL-4VeTnlS
강의영상: https://www.youtube.com/live/YBssfXpXZBg
(말라버린 서성제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