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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231222][김공룡야학] 아픈몸과 긴급행동 활동-희원

조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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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몸과 긴급행동 활동

-희원


   ‘당신은 아픈몸인가요?’ 라는 질문을 몇주 전 받았을 때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는데 이젠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픈몸에 대해 몇달간 고민해본 결과, 내가 생각했을 때 아픈몸이라고 말하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까지도 사랑하겠다는 선언이다. 

최근에는 이와 반대되는 관성적이고 무감각한 시간이 많았다. 에너지음료와 함께 밤을 세우는 일이 많았고 뜬금없이 눈물이 나오는데 그 마음이 뭔지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었다. 

적어도 긴급행동의 활동에서는 예민한 나를 챙기면서 일을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그 말은 곧 아픈몸인 채로 (완벽하지 않은 모습인채로) 생생하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태까지 긴급행동 실무를 떠올리면  막막함이 앞섰고, 끝없이 펼쳐진 실무를 떠올리면 어깨가 무거워져서 괴로웠다. 

그건 챙겨야할 일들이 실제로 너무 많아서 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잘 해내야한다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부담은 하고싶은 활동이 있어도 일을 벌리지 못하게 하고, 이미 역량이 충분한 사람만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제한을 스스로 내려버린다.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완벽주의적인 태도는 내재화된 태도인만큼 혼자서 고치기 어렵다. 부족한 나를 몰아세우고 채찍질 하는 것은 실은 우리 사회에서 당연한 문화이기도 하여 이 자기착취적인 태도를 몰아내는 규칙이나 체계가 필요하다.

나는 아픈몸의 다음활동으로 긴급행동의 실무 규칙을 만들어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각자 활동, 실무를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부담을 꺼내두고 기존에 일하는 방식에서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는 없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다.

<21세기 상호부조론> 책에서 건강한 삶과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침을 몇가지 제안한다. 아래는  그중에서 긴급행동에서도 적용해볼만한 지침이다.


-수면시간이나 그 밖의 휴식 계획을 짠다.

-물리적 공간을 정돈하고 위생을 유지하는 기본 활동을 수행한다.

-일하는 시간의 한계를 정하고, 휴가 또는 활동시간 제한조치를 취하라. 사회운동에 무급으로 참여하는 활동이나 예술 작업이라 할지라도, 당신이 이를 위해 과로하고 있다면 역시 활동시간을 제한하라.

-이 단체에서 나는 어려운 일을 하고 있고, 우리가 직면한 상황 역시 엄혹하다. 우리가 모두의 필요를 한번에 다 충족하지 못하거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타인을 위하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두고 이를 넘어서면 ‘안돼’라고 말해도 괜찮다

-나를 비롯해 모두는 존재할 가치가 있다

-나는 최선도 아니고 최악도 아니다. 이곳의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배우는 중이다.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남들에게 꺼내 보일만한 지혜와 경험이 있다.

-우리의 상호작용 스타일이 다르더라도 나는 스스로를 한껏 확장해 사람들을 다정하게 대하고 돌볼 수있다. 나는 남들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우리의 공통가치, 사람들이 저마다 애쓰며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주목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단체를 위해 하는 일은, 내가 가진 죄의식이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동기가 되기보다는 목적의식에 따라 행동하길 선택했다는 생각에서 출발할 때 더욱 크고 지속가능한 봉사가 될 것이다. 만일 내가 죄의식이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활동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라면, 나의 목적의식을 다시 돌아보고 내가 맡을 수 있는 임무와 책임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에 관해 의식적인 선택을 내리기 위해 잠시 숨을 돌리는 게 좋다.

-내가 선택한 것이 무엇이든, 그게 ‘하지 않을 수 없다’와 ‘해야한다’에서 나오지 않고 자신과 남을 돌볼 방법에 관한 침착한 통찰에서 나오기만 한다면, 나와 남에게 더 나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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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과 완벽에서 어긋난 ‘아픈 몸’ 우리를 이해해야 한다. 시간을 엉뚱한 곳에 써보기도 하고 즉흥적인 재미를 찾아 나설 줄 알아야한다. 아프다는건 감각할 줄 안다는 것이다. 질주하기보단 두리번거리면서 데굴데굴 굴러다니자!


데굴데굴데굴데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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