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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시리게 추운 날이었다. 도살장을 마주보고 다리 밑 응달진 곳에서 돼지들을 기다렸다. 다른 몸을 마주하러 온 이 순간에도 신경은 계속해서 추위에 얼어붙은 내 몸을 향해 나 춥다며 연신 일깨운다.
두 층으로 나뉜 트럭에 돼지가 가득 실려 도착한다. 3개월 전 더위로 온몸에서 증기를 내뿜던 이들은 어느새 찬 공기를 맞으며 입김을 내뿜는다. 6개월이라는 짧은 생에서, 그들이 맞이하는 단 하루의 계절이 너무 더워서 울다가 이날은 또 너무 추워서 눈물이 났다.
문득, 어쩌면 체온이 높은 돼지들에겐 오히려 이 날씨가 덜 괴롭지 않을까 위안을 삼아본다. 그리곤 이내 어리석은 생각임을 깨닫는다. 잔디*라면 이 추위를 피해 방에 들어가 지푸라기에 몸을 뉘였을 거다. 이 수많은 돼지를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 보지 않는 이상 어떻게 모두가 춥지 않았을 거라고 감히 속단할 수 있을까. 단 한 명의 돼지라도 이 추위가 시리고 괴롭다면 나는 그것을 기억하고, 알리고, 울부짖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삶아온 감자와 고구마를 몇 알 건네지도 못했는데 그마저도 차게 식어버렸다. 그들에게 건네는 물도 차가웠다.
방황하던 시선이 이내 어느 돼지의 귀에 머문다. 겨울을 준비하며 마치 한 겹의 보호막을 두른 듯 하얀 털로 뒤덮이던, 내가 경외하고 사랑하던 새벽*의 나팔같은 귀가 떠오른다. 그러나 계절 없는 실내를 살아가는 이의 민둥한 귀는 구멍이 뚫려 너덜거리고 있었다.
민둥한 귀들이 끊임없이 트럭에 실려 도살장으로 밀려 들어간다.
도살장 옆 축산물 유통 시장엔 민둥한 귀가 매끈한 귀가 되어 쌓여있다.
*국내 최초로 종돈장에서 공개구조 된 돼지 새벽과 직접 실험실에서 탈출해 스스로를 구해낸 돼지 잔디. 현재 새벽이 생추어리에 거주하고 있으며 새벽은 다섯 번째 겨울을, 잔디는 네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