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자율기고[250515-250521] 대만 반핵아시아포럼(No Nukes Asia Forum)에 다녀왔어요.

강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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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7일 대만의 마지막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앞두고, 2025 반핵아시아포럼이 열렸어요. 한국에서는 약 23명의 참가자가 함께했습니다. 저는 탈성장과대안연구소 김현우 소장님의 제안으로 참여를 결정했어요. 16-17일에는 다양한 주제 발제로 구성된 국제회의가 진행되었고, 18-20일에는 발전소 지역 현장 답사와 관계자 분들과의 교류 일정이 이어졌습니다.


사진: 기조연설을 맡으신 미토 키요코님. 연설을 마무리하며 팔레스타인 해방 구호를 외치셨다. 2018년 여름 미토님은 후쿠시마 청소년들과 함께 삼척을 방문해 탈핵-반전-평화를 염원하며 원전백지화기념탑에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기념탑에 가면 식수기념비를 볼 수 있다 🌳 (미토 키요코님의 2016년 삼척 방문 인터뷰 기사 읽기)


이틀 간 진행된 국제회의 안건은 1) 글로벌 핵발전소 현황 2) 글로벌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 기술 발전 현황 3) 각국의 탈핵운동과 신에너지 개발 4) 핵에너지와 방사선 위험 5) 탈핵 역량 강화 방안 6) 국제적인 탈핵 인식 구축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초창기부터 탈핵의 가치와 원칙에 동의하고, 삼척 또한 탈핵운동의 역사가 깊은 곳이라 연대 입장을 고수해 왔어요. 그렇지만 화석연료 사업 반대를 중심으로 활동해오다 보니 아무래도 핵발전 문제에 대해 집중해서 많은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었는데요, 이번 포럼을 통해 탈핵의 여정과 현안 쟁점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5월 17일 국제회의에서는 대만 정부 측 인사가 발제를 하나 하셨어요. 그 때 대만 핵발전소 지역에서 온 포럼 참가자 분은 위와 같은 피켓을 들고 발제를 경청하셨습니다. 번역기를 대강 돌려보니, 행정원(행정부)은 제4핵발전소 토지를 인민들에게 반환하라는 문장이었어요. 제4핵발전소는 1999년에 착공했다가 완공을 앞두고 공사를 중단했다고 해요. (좀 더 들여다 보고 싶은 사례입니다 🤓) 국책 사업으로 인한 원주민들과 지역 사회의 피해 회복과 정의로운 전환은 어느 나라에서든 중요한 화두이고, 핵발전소 가동 계획을 철수했다고 해서 문제가 끝난 게 아니라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이틀 간 포럼을 잘 마치고, 5월 17일 저녁 대만전력공사(TPC) 사옥 앞에서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기념하는 집회가 열렸어요. 노래도 부르고, 투쟁 현장 사진들도 함께 보고, 연대 발언도 나누는 시간을 사람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대만은 한국보다 남쪽에 위치한 곳이라 저녁에도 많이 습하고 더웠어요..🔥 열띤 집회 후 숙소에 복귀해서 대만전력공사 발전량 현황 웹페이지를 들어가보니 Nuclear(핵발전) 0.0% 가 떠서 다시금 대만의 탈핵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5월 18일에는 핑동현—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 활성화된 지역—견학을 다녀왔어요. 핑동은 오래 전부터 양식업이 발달했는데, 양식장에 물을 대기 위해 지하수를 오랜 기간 동안 끌어쓰다보니 지반 침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2009년 ‘88 재난’이라고 불리는 큰 태풍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고, 피해를 겪은 마을을 재건하면서 태양광 발전 사업이 적극 추진되었다고 해요. 특히나 양식업으로 인한 지반 침하 문제에 대응하면서 지하수 추출이 제한되었고, 침하된 토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지역의 곤경을 해소하는 동시에 전환을 이룬 사례가 인상 깊었습니다. (현재 핑동의 태양광 발전 규모 1.4GW)


저녁에는 청년 참여자들이 모여서 교류하는 자리가 열렸어요. 나라마다 2명 정도씩 각자 10분 발제를 하고 질의응답을 나누었는데,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나고 자라서 핵 사고를 겪은 소네 쇼타로님의 발제 일부를 공유드려요. 자신의 아픔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에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반핵 인사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 즉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다음 날에는 북부 지역에 위치한 핵발전소 부지들을 견학했어요. 그 곳에서 황폐한 바다를 만났는데, 문득 삼척이 겹쳐 보였습니다. 발전소가 내뿜는 온배수를 말 없이 품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숙연해졌습니다. 제1핵발전소 내부에 직접 들어가서 핵 폐기물 관리와 작업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어요. 제1핵발전소는 1970년대에 가동되기 시작해서 40년이 지난 후 폐쇄된 곳이에요. 핵 폐기물을 처리하는 일은 여전히 전 지구적으로 난망한 과제라는 엄중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핵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건 다음 세대와 미래에 그 위험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정책임을 절감했습니다. 대만 일정 중 대선 후보들의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지요. 현존하는 핵발전소들을 줄이면서도 우리 사회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하기만 해도 벅찰텐데, 신규 원전 건설을 공약으로 내놓는 대선 후보들이 참 한가해 보였습니다.. 🤨


대만에서의 일주일을 보낸 후 삼척으로 복귀했어요. 올해 3월부터 시작한 월간 탈핵신문 읽기모임을 가졌어요. 에너지—끝 모르는 성장의 욕망과 수탈을 가능케 하는 자본주의 문명의 동력—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소도시 삼척에 청년기후긴급행동이 깃들게 된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우리가 삼척에서 마주하고 보듬어 나갈 아픔은 무엇인지, 우리가 함께 일굴 수 있는 희망은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응답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은 여러분, 길고 길 지구해방의 여정에 함께해 주실거죠?! 🌏🦕🌈


+ 5/29(목) 반핵아시아포럼 한국 참가단의 공유회가 열려요! 온라인으로도 보실 수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

"대만 탈핵에서 한국 탈핵으로" - 2025년 대만 반핵아시아포럼 참가보고회


올해 32년째를 맞는 아시아 전체의 반핵운동 연대 행사 반핵아시아포럼(NNAF)이 지난 5월 16-20일 일정으로 대만에서 열렸습니다. 올해 행사는 가동되던 마지막 핵발전소가 멈추고 '탈핵국가'를 실현한 대만의 역사적인 순간과 함께 해서 더욱 뜻 깊었습니다. 이번 NNAF에 참가한 한국 탈핵활동가들에게 행사의 주요 내용과 성과 및 과제를 공유하는 참가보고회를 아래와 같이 가질 예정이니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시간: 2025년 5월 29일 (목) 오전 10-12시

장소: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205-2호


- 사회: 최태량 (종교환경회의 운영위원)

- 2025 NNAF 활동 영상 시청 / 녹색연합 홍보팀

- 발표1. 2025 대만 NNAF 진행 보고 / 임준형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 발표2. 대만 탈핵의 현재 상황과 쟁점 /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 발표3. 아시아 탈핵운동의 현황과 교훈 /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 발표4. 아시아 청년들의 탈핵 교류 / 유에스더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활동가)

- 발표5. 한국 탈핵운동의 과제 /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


주최: 대만 NNAF 한국 참가단

후원: 탈핵신문


*당일 행사는 유튜브 송출 예정입니다. 링크 https://youtu.be/ZWu5Pi1SJ54

*문의: 박수홍 (070-7438-8510), 김현우 (010-2698-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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