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활동후기[250407] 두산기후불복종 최종 선고; 초록에 대한 단상

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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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최종선고 자리에 모였다. 누군가는 카메라를, 누군가는 노래를, 누군가는 이야기를, 누군가는 배낭을, 누군가는 수첩을, 누군가는 애인을, 누군가는 친구를, 누군가는 우쿨렐레를, 누군가는 자기 자신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 어디서 왔는지도, 오늘 이 자리 이후로 가는 길도 다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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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로고에 뿌려졌던  초록을 상상해본다.  아침에도, 밤에도 상상 해본다. 그 초록은 어떤 초록일까. 내가 아는 초록은 어떤 초록이 있을까.

오늘의 초록은, 길 옆의 초록이다. 겨울에는 너무 작아 풀잎 하나만 살고 있어도 귀한 초록이고, 4월 오늘의 초록은 흰 민들레도 노란 민들레도 제비꽃도 냉이꽃도 떨어진 벚꽃 잎도 개미도 섞인 초록이다. 여름의 초록은 짙은 내음의 초록. 무언지도 모르는 <이름 없는 것들의 노래>를 찾는답시고 길가에 오래 앉아 바라보았던 실별꽃의 초록빛 몸. 


 한편 나는 어떤 초록을 만들고 있을까? 또 초록에는 얼마나 많은 빛깔이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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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은 지운다고 사라질 수 있는 색이 아니다.

  

  *


 초록에 대해 생각만 하다, 초록을 만나기 위해 산에 올랐다. 나무들의 살갗을 뚫고 올라온 작고 연한 초록의 잎들이 바람불고 구름 낀 하늘아래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땅에는 어젯밤 비가 눈에 되어 내린 것들이 쌓여 있었다. 새 생명과 함께 죽은 나무들, 나뭇잎들도 함께 있었다. 


  다시 초록이 올라온 나무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나, 쉽게 아름답다고 하지 말아. 초록이 올라오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아니? 내가 아름답다고 하는 너희는 햇빛, 바람 좋을 때만 나를 볼 수 있는 연약한 존재. 비 오고, 눈 오고, 바람 불 때도 나는 이곳에 서 있는다. 비에 바람에 겨우 올라온 내 꽃을, 초록을 땅에 떨구기도 한다. 이 시간을 보내고, 빛 좋을 때 너희가 나를 만나 아름답다고 하는 거야. 


  초록을 피워내는 자들과 연대하며, 나도 나의 초록을 찾아가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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