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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231218] [김공룡야학]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상준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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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에 충실히 부합하는 삶을 살아왔다. 수도권 중산층 가정의 비장애인 남성으로 태어났고, 나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과만 교류하며 살아왔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같은 목표를 지향했고,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왔다. 다른 방향으로 가는 친구들은 실패한 사람, 낙오자 취급을 당했기에 나는 다른 방향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실패한 사람으로 여기며 다른 사람보다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보단 남들에게 잘보이고 인정받기 위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감투에 중독되어서 쓸 수 있는 감투란 감투는 다 쓰려고 했다. 점점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목적만을 향해 달려갔고 강박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다. 

그렇게 지치던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다. 몇 번의 격리를 거치며 온종일 집에서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감투라는걸 쓸 기회조차 없었고, 강박에 시달릴 거리 자체가 없었다. 항상 정해진 틀안에서 끊임없이 달려만 오던 내게 그 시간은 공허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황이 불안해서 무엇인가만 해야한다는 또다른 강박에 휩싸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나를 돌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돌아보며 경쟁속에서 살아가는 불안감 때문에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아무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더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나 자신은 돌보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리는 그 모습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병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줄 알고 살아왔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보니 온전히 나를 돌보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느끼게 되었다.

나는 불확실함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같다. 끊임없이 경쟁하려고 하며 다른이의 아픔이나 좌절을 위안삼아 내 불안함을 해소하려고도 했다. 아직까지도 불확실성과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다. 생각해보면 세상은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불확실한 존재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 같다. 

나는 불확실한 존재이기에 아프다. 그래서 나에게는 ‘두레’가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긴급행동이 책 속에서 말하는 ‘두레’가 되었으면 좋겠다. 불확실한 존재들이 같이 모여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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