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내 성폭력 가해자 사과문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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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단체가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공동체 회복을 위한 가해자 조치로서 가해자의 사과문을 게시합니다.

앞으로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반성폭력 문화와 젠더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2023. 05. 15.

청년기후긴급행동 운영위원회


성폭력 사건 가해자 사과문 


지난 3년 동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로 활동하던 오지혁입니다. 저의 성폭력 가해로 고통받으신 피해자와 단체 구성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얼마 전, 저는 어느날 찾아온 죄책감으로 인해 성추행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이후 단체 내 진술을 통해 지난 사건들을 돌아보며 피해자에게 일상에서 가한 고통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잘못을 드러내는 과정에서도 피해자와 공동체의 회복을 중심에 두지 않았습니다. 여러분께 정말로 죄송합니다.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저는 피해자에게 한동안 이성적으로 관심을 구했습니다. 상대의 명백한 거절 이후에도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하며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여성으로서 가지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고, 누구와 같은 아픔을 겪는 동등한 인격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조직 내 관계에서도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평생 부끄럽게 여기겠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피해자가 안전하게 느껴야 할 공간을 침범하며 불안과 고통을 일으킨 저의 잘못이 큽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불균형한 성적 권력을 통해 피해자의 동의 없는 신체접촉을 여러 차례 행했습니다. 상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개인정보를 열람하며 사생활을 침해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단체 구성원들에게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 조성되었습니다.


공적 발화를 해온 사람으로서 저의 잘못을 더욱 부끄럽게 여깁니다. 그동안 사회에서 남들에게 많은 도덕적인 책임을 물어왔지만, 제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가하고 있는  고통을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이후에도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누구에게도 면목이 없습니다.


저의 성폭력 가해로 오랫동안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그리고 이 사건을 함께 마주하고 계신 단체 구성원들께 죄송합니다. 몸과 마음으로 연대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